건축 프로젝트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해 실제 건물이 완성되고 운영되기까지 수많은 단계를 거칩니다. 실무에서 자주 등장하는 SD, DD, CD 같은 약어들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한국과 미국의 체계가 어떻게 다른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전체 프로젝트 사이클 개요
건축 프로젝트는 크게 다음과 같은 흐름으로 진행됩니다.
기획 → 설계 → 입찰 → 시공 → 커미셔닝 → 운영
이 중에서 SD, DD, CD는 설계(Design) 단계를 세분화한 용어이며, 미국건축가협회(AIA)가 정립한 체계를 전 세계적으로 참조하고 있습니다. 다만 한국은 자체적인 법규와 실무 관행이 있어 용어와 단계 구분이 조금 다릅니다.
2. 미국 AIA 기준: 5단계 체계
AIA(American Institute of Architects)는 건축 서비스를 다음 5단계로 정의합니다.
Phase 1: Schematic Design (SD) - 계획설계
핵심 질문: "무엇을 지을 것인가?"
프로젝트의 기본 방향을 잡는 단계입니다. 건축주의 요구사항을 파악하고, 건물의 규모, 형태, 공간 관계를 대략적으로 스케치합니다.
- 배치도, 평면도, 단면도, 입면도의 초안 작성
- 조닝(용도지역) 요건 및 법적 제약 조사
- 개략적인 공사비 추정
- 건축주 승인 후 다음 단계로 진행
Phase 2: Design Development (DD) - 중간설계
핵심 질문: "어떻게 지을 것인가?"
SD에서 확정된 컨셉을 기술적으로 구체화하는 단계입니다. 건물에 뼈대(구조)와 혈관(기계·전기·설비)을 넣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구조, 기계, 전기, 설비(MEP) 시스템 통합
- 주요 마감재료 선정
- 창호, 문 위치 및 사양 확정
- 구조 엔지니어, MEP 컨설턴트와의 본격적인 협업 시작
- 보다 정확한 공사비 산출
주의: AIA 체계에서 DD 단계는 인허가와 직접 연결되지 않습니다.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CD가 90~100% 완료된 시점의 도서(Permit Set)로 Building Permit을 신청하며, 한국보다 허가 신청 시점이 늦은 편입니다.
Phase 3: Construction Documents (CD) - 실시설계
핵심 질문: "정확히 이대로 지어라"
시공자가 도면만 보고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모든 정보를 담은 완전한 설계 문서를 작성하는 단계입니다.
- 상세 시공 도면 작성 (접합부, 마감 디테일 등)
- 시방서(Specifications) 작성
- 내역서 및 물량 산출
- 입찰 또는 협상을 위한 문서 완성
흥미로운 점은 CD의 약자에 'Design'이라는 단어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론적으로 주요 디자인 의사결정은 DD에서 완료되고, CD는 그 설계를 '문서화'하는 단계입니다. CD 단계에서 디자인을 바꾼다기보다는, 확정된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한 기술적 해법(Detail Design)을 찾는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Phase 4: Bidding/Negotiation - 입찰
CD 문서를 기반으로 시공사를 선정하는 단계입니다.
- 복수의 시공사로부터 견적 수령
- 또는 특정 시공사와 직접 협상
- 건축가는 시공사 질의에 응답하고 문서 보완
- 시공 계약 체결
Phase 5: Construction Administration (CA) - 공사 단계 서비스
핵심 역할: "설계 의도대로 지어지고 있는지 확인"
CA는 시공 단계에서 건축가가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중요한 점은 건축가가 시공을 '감독'하거나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설계 의도가 제대로 구현되는지 '확인'하고 '조언'하는 역할이라는 것입니다.
- 정기적인 현장 방문 (Site Visit)
- 시공사 제출 도서(Shop Drawing) 검토 및 승인
- RFI(Request for Information) 응답
- 설계 변경 검토
- 기성 지급 확인
- 펀치리스트 작성 및 준공 확인
핵심 개념: Means and Methods
미국 표준 계약서(AIA A201)에서는 건축가가 시공자의 '공사 수단과 방법(Construction Means and Methods)'에 대해 책임지지 않음을 명시합니다. 어떤 장비를 쓸지, 어떤 순서로 작업할지, 안전 관리를 어떻게 할지는 전적으로 시공자의 영역입니다. 건축가는 "결과물이 도면과 맞는가"를 확인할 뿐,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는 관여하지 않습니다.
CA vs 한국의 감리: 이 점이 미국 CA와 한국 감리의 결정적 차이입니다. 한국의 감리는 「건설기술 진흥법」 등에 근거하여 시공 품질을 직접 검사하고, 부실 시공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미국 CA는 "관찰(observe)"과 "조언(advise)"에 가깝고, 시공 품질에 대한 최종 책임은 시공자에게 있습니다.
3. 한국 실무 기준: 계획설계 → 기본설계 → 실시설계
한국의 건축 설계는 「건축사법」과 「엔지니어링산업 진흥법」의 대가 기준에 따라 구분됩니다. 공공 발주의 경우 3단계 체계가 일반적입니다.
계획설계 (기획설계)
AIA의 SD에 해당합니다. 설계의 기본 목표와 방향을 수립하고, 건물의 기능, 규모, 형태, 구조, 재료의 종합적인 방침을 정합니다.
- 대지 분석 및 법규 검토
- 매스 스터디 및 배치 계획
- 개략 평면, 단면, 입면
- 건축주와의 협의를 통한 계획안 확정
기본설계 (중간설계)
AIA의 DD에 해당하지만, 한국에서는 이 단계에서 건축허가를 받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것이 미국과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 계획설계의 구체화
- 구조, 기계, 전기, 소방 등 협력 분야 협업
- 주요 재료 및 마감 결정
- 건축허가 신청 및 승인
- 개략 공사비 산출
주의: 건축허가를 받았다고 바로 공사를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착공을 위해서는 실시설계 도서가 첨부된 착공신고가 수리되어야 합니다. 즉, 허가는 기본설계(DD)로 받지만, 공사 시작을 위한 법적 절차는 실시설계(CD)가 완료되어야 마무리됩니다.
참고로 「건축사법」상 공식 용어는 "중간설계"이지만, 실무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기본설계"라는 표현이 훨씬 보편적입니다.
실시설계
AIA의 CD에 해당합니다. 시공에 필요한 모든 상세 도면과 시방서를 작성합니다.
- 상세 시공 도면 (각 부위별 디테일)
- 시방서, 내역서, 물량 산출서
- 구조 계산서, 설비 계산서
- 입찰 또는 시공을 위한 최종 도서
한국의 감리
한국의 감리는 미국의 CA보다 법적 권한과 책임이 강합니다.
- 책임감리 / 비상주감리 / 상주감리 등으로 구분
- 「건설기술 진흥법」에 따른 법적 의무
- 시공 품질 검사 및 확인 권한
- 설계 변경 검토 및 승인
- 기성 및 준공 검사
또한 설계자가 직접 수행하는 사후설계관리(디자인 감리)가 별도로 존재합니다. 이는 설계 의도가 시공에 반영되도록 자문하고 검토하는 업무입니다.
4. 커미셔닝(Commissioning, Cx): 자주 오해되는 단계
커미셔닝은 "시운전" 또는 "성능 검증"으로 번역되는데, 단순히 완공 후 테스트하는 것이 아닙니다.
커미셔닝의 정의
건물의 모든 시스템(냉난방, 공조, 전기, 소방, 제어 시스템 등)이 설계 의도(Design Intent)와 건축주 요구조건(OPR: Owner's Project Requirements)에 맞게 작동하는지 검증하는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프로세스입니다.
커미셔닝은 전 생애주기에 걸쳐 진행됩니다
많은 분들이 커미셔닝을 "완공 후 테스트"로만 이해하지만, 이상적인 커미셔닝은 설계 단계부터 시작합니다.
| 단계 | 커미셔닝 활동 |
|---|---|
| Pre-Design | OPR(건축주 요구조건) 정의, Cx 범위 및 계획 수립 |
| Design (SD/DD/CD) | 설계 문서 검토, 시스템이 OPR을 충족하는지 확인 |
| Construction | 제출 도서 검토, 현장 관찰, 설치 검증 |
| Functional Testing | 시스템 기능 테스트, 성능 검증 |
| Occupancy | 운영자 교육, 시즌별 테스트, 최적화 |
커미셔닝의 주체
커미셔닝은 Commissioning Provider(CxP) 또는 Commissioning Agent(CxA)가 수행합니다. 객관성을 위해 설계팀이나 시공사와 독립된 제3자가 맡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TAB와 커미셔닝의 차이
한국 실무자들은 TAB(Testing, Adjusting, Balancing)와 커미셔닝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TAB는 공조 시스템의 풍량, 수량을 측정하고 조정하는 작업으로, 커미셔닝 과정의 일부일 뿐입니다.
커미셔닝은 TAB를 포함하여 시스템 간 연동, 제어 로직 검증, 비상 상황 대응 테스트, 운영자 교육까지 아우르는 상위 개념입니다. "TAB 했으니까 커미셔닝 끝"이라고 생각하면 커미셔닝의 본질을 놓치게 됩니다.
5. 미국 AIA vs 한국 실무 비교표
| 구분 | 미국 AIA | 한국 실무 | 비고 |
|---|---|---|---|
| 계획설계 | Schematic Design (SD) | 계획설계 (기획설계) | 거의 동일 |
| 중간설계 | Design Development (DD) | 기본설계 (중간설계) | 한국은 이 단계에서 건축허가 |
| 실시설계 | Construction Documents (CD) | 실시설계 | 미국은 이 단계에서 Building Permit, 한국은 착공신고 |
| 입찰 | Bidding/Negotiation | 입찰 | - |
| 시공 단계 서비스 | Construction Administration (CA) | 감리 + 사후설계관리 | 한국 감리는 Means & Methods에도 책임 |
| 성능 검증 | Commissioning (Cx) | 커미셔닝, TAB, 시운전 | TAB는 Cx의 일부 |
6. 프로젝트 딜리버리 방식에 따른 차이
위에서 설명한 단계들은 전통적인 Design-Bid-Build(설계-입찰-시공) 방식을 기준으로 합니다. 하지만 프로젝트 딜리버리 방식에 따라 단계의 경계와 책임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Design-Bid-Build (설계-입찰-시공)
- 설계 완료 → 입찰 → 시공사 선정 → 시공
- 단계가 순차적으로 명확히 구분됨
- 가장 전통적인 방식
Design-Build (설계-시공 일괄)
- 설계와 시공을 한 업체가 담당
- SD/DD/CD 경계가 모호해짐
- 시공사가 일찍 참여하여 시공성 검토
CM at Risk (위험부담형 건설사업관리)
- Construction Manager가 일찍 참여
- GMP(최대 보증 금액) 방식이 일반적
- DD 또는 CD 50% 시점에 가격 확정
Fast-Track
- 설계와 시공이 동시 진행
- 기초 공사하면서 상부 설계 진행
- 일정 단축 but 변경 리스크 증가
이러한 방식에서는 DD 단계에 더 많은 노력이 집중되고, CD 단계에서의 설계 변경이 최소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7. 실무자를 위한 핵심 정리
- SD, DD, CD는 모두 Design(설계) 단계에 속합니다. CD가 완료되어야 시공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 한국과 미국의 가장 큰 차이는 인허가 시점입니다. 한국은 기본설계(DD) 단계에서 인허가를 받지만, 미국은 관할권에 따라 다릅니다.
- CA(Construction Administration)와 한국의 감리는 유사하지만 동일하지 않습니다. 한국 감리가 법적 권한과 책임이 더 큽니다.
- 커미셔닝(Cx)은 완공 후 테스트만이 아닙니다. 설계 단계부터 시작하는 전 생애주기 품질 관리 프로세스입니다.
- 프로젝트 딜리버리 방식에 따라 이 단계들의 경계와 책임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마무리
건축 프로젝트의 단계를 이해하는 것은 단순히 용어를 아는 것을 넘어, 각 단계에서 어떤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고 누가 책임을 지는지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SD에서 컨셉이 흔들리면 DD에서 고생하고, DD에서 시스템 통합이 안 되면 CD에서 도면 충돌이 발생하며, CD가 부실하면 현장에서 RFI가 폭주합니다.
단계별로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는 것, 그것이 좋은 건축의 시작입니다.
*위 자료 사용 전 사실 확인을 하시기 바랍니다. 해당 자료는 AI를 활용해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