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는 여러 쉐어하우스들이 존재했다. 그 중 나는 social-aprtment라는 꽤나 고급 스러운 느낌을 내고 싶어하는 공유하우스에 살았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한다.
일본으로 옮긴후 약 3달간은 회사에서 Monthly멘션이라는 서비스를 통해 집을 제공해 주었다. 쉽게 말하면 단기 월세 서비스 인데, 이게 참 잘되어 있어서 신청하면 띡하고 군대에서 나눠주는 샤워백 같은 것에 열쇠와 유의사항이 온다. 그리고 퇴거할때는 편의점에 부탁하면 끝났다.
방 사진을 찾아보렸는데 도저히 나오질 않는다. 여튼 그런 회사의 서포트가 끝나갈 무렵에 나는 집을 찾아 나서야 했다. 여러 집 사이에서 고민을 했다. 사실 난 들어올때부터 딱 1년만 살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에 선택의 폭도 넉넉하지 않았다. 일본도 한국과 비슷한 점이 많은데 대다수의 계약은 2년을 가정하고 진행하며, 기간이 짧아질 수록 가격은 소폭 상승한다고 그랬다. 그렇게 고민고민하던 중에 회사 형님의 추천을 받아 소셜 아파트먼트라는 곳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일본에 거주해봤거나 일본인과 얘기해본분들은 알겠지만 일본인들은 영어를 정말 못한다. 한국은 그걸 항상 까기 바쁘지만 사실 부럽기도 하다. 쟤네는 일본어만해도 먹고살 여지가 있는 나라라는 점이다. 이 감상은 뭐라고해야할지 모르지만, 일본에 가면 정말 느긋하다는 생각이 들고 살짝 화가나기도한다. 외삼촌이 해주었던 비유를 표현하자면 우리나라는 전쟁한번 하려면 애기들 밥숫갈까지 뺏어야 하지만 일본은 어른들 밥숫갈만 내려놓으면 된다고 했다. 정말 이건 살다보면 젊은이들의 모습과 풍기는 분위기의 무언가라 말로 쉽게 형용을 못하겠다.
회사의 위치는 정해져있어도 집의 위치를 고르려면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우리에게 자본이 무한하다면 그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겠지만 한정된 자원안에서 시간과 돈사이에 트레이드오프를 따져가며 집을 구해야했다. 역시나 회사에 있던 한국형님의 말씀을 빌리면 일반적으로 통근 1시간 정도 거리가 일본인들의 디폴트라고 했다. 일본은 전철이 비싸지만 회사에서 지원을 해준다. 맥시멈 범위는 있지만 보통 1만엔정도는 해준다고 한다. 대기업은 더 해주려나? 그것까진 모르겠다. 그런 조건하에 소셜어파트먼트를 열심히 뒤져가며 내 가격대에 맞는 집을 찾았다.
이건 좀 TMI이긴 한데, 이 소셜아파트먼트 서비스는 건물주 따로 운영주체 따로라고 한다. 그래서 계약당시 갑작스레 집 용도가 변경되는 일도 있을 것이라곤 했었다. 계약을 위한 프로세스는 내가 스샷을 남겨놓지 않아서 없지만 대략 이러했다. 입주 신청 -> 선불 입금 -> 회사 찾아가서 계약서 작성 -> 입주. 두서없이 얘기하게되지만 일본엔 뭐 야칭이니 뭔칭이니 칭칭으로 끝나는 일종의 수수료같은 것들이 있다. 그래서 일반 주택을 들어가도 초반에 명시된 월세의 4배정도는 여유자금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나도 그정도 냈던거 같다. 그래서 위의 금액에서 한 30~40만엔 정도 더해서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편할 것 같다.
위에 문서가 내가 입주했을때 썼던 문서였다. 뭐 하여튼 저거 체크하고 뭐하면 이상한 영수증을 줬다. 그리고 그거 편의점가서 내라고 했는데 내가 늦게 내서 한바탕 했었다. 근데 분명 저게 전부가 아니었다. 메일주소로 저거 내기전에 또 뭔가 내는게 있었다. 여튼 그러했다.
그런 우여곡절끝에 집키를 받아낼 수 있었다. 현관문과 방문까지 다 되는 매우 독특한 금방이라도 부러질거 같은 열쇠였다. 용케도 부러먹지는 않았다. 여분으로 한개 더 줬는데 하나 잃어버리면 보조키 쓰고 회사에 전화해서 발급받으라고 그랬다.
나머지는 기억나는대로 주절주절 써봐야겠다.
첫째는 집이 어떤가라는 것이다. 방은 그냥 혼자 살만했다. 침대도 있고 책상도 있고 콩알만했다. 쉐어하우스가 컨셉이니까 나머지 설비들은 공유형이었다. 일본인들은 쫄보라서 남의 빨래를 훔쳐가거나 하지는 않았다. 샤워실, 세탁기, 건조기 등이 공용으로 있었고 세제만 있으면 되었다. 지금은 리모델링을 한 것 같은데 공유주방이 있다. 싱크대가 두개에 인덕션이 4개정도 있었다. 다른 조리기구들도 있었는데 써보진 않았다. 냉장고도 공용냉장고와 개인 냉장고가 있었다. 만약 냄비를 산다면 일본에는 IH라고 인덕션과 다른 규격이 있던데 그걸 써야했다. 같은 전기를 이용하는 거지만 훨씬 빠르게 냄비가 달궈져서 신기했다.
둘째는 서비스. 사실 일본의 서비스는 매우 사람을 화가나게한다. 본인들이 요구할땐 매우 연락이 잘되지만 내가 뭘 물어보면 못본척 씹는다. 그래서 마지막에 나도 소소한 복수를 했다. 지금와서 보니 이 회사만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그런 기질들이 있는 것 같다. 원더우먼 대사를 빌리자면 "It's from their custom"인 것 같은데, 한국인 입장에선 매우 답답하다.
셋째는 계약 프로세스. 조금 짜친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다. 맨처음에 인터넷으로 가입했던 것 같은데, 회사 주소, 일종의 보증인 같이 믿을만한 사람 전화번호 등을 일일히 확인한다. 어떻게 보면 본받을 점도 되는 것 같다. 메뉴얼대로 하는 거니까.
넷째는 사람들. 쉐어하우스는 사람이 매우 중요하다. 누구와 함께하느냐따라서 삶은 많이 달라질 수 있다. 내가 살았던 때 기준으론 사람들이 다 괜찮았던거 같다. 사실 내가 인간적인 교류를 잘 하지 않았기도 하지만. 눈푸른 외국인들은 4명정도 있었고 나머지는 다 일본인 이었다.
다섯째는 퇴거. 퇴거를 할때 청소를 해야했다. 코딱지만한 방에 쓰레기가 어찌나 많이 나왔는지 정말 힘들었다. 그냥 잘 닦고 원래 물건들을 제자리에 잘 놓으면 된다. 사실 나는 냉장고 성에제거용 주걱같은거 부숴먹었는데 별도로 보증금에서 제하진 않았다. 아 맞다. 보증금이 있었다. 나중에 돌려준다.
여튼 주절주절 써보았다. 무언갈 얻어 갈 수 있다면 일본에 거주한 이야기 정도가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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