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글 쓰기 드디어 칠레까지 도착했다. 그럼 칠레 이야기를 써볼까
도시는 사람을 만든다
뜬금없이 시작하자면 이제 하루에 글을 딱 30분만 쓰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에 매우 빠른 속도로 글을 써 내려가려고 한다. 30분이라는 제약은 나를 엄청나게 몰두하게 만들고 대충대충 휘갈겨쓸수도 있지만...
도시는 사람을 만든다는 뭔가 알듯 말듯한 말로 시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것이 내가 칠레에 와서 느꼈던 첫 느낌이었다. 페루와 볼리이비아를 지나다니면서 사실 그 나라의 경제 수준과 비슷비슷한 두 나라의 인종을 보며 무언가 알 수 없는 후졌음을 느끼고 있었다. 전철이 제대로 갖춰진 곳을 찾아보기 힘들었으며, 그 두나라는 자신들의 나라의 인프라 조차 감당하기에 버거워 보였다.
그런 비슷비슷한 풍경 속에 볼리비아의 사막과 칠레 북부의 사막을 뚫고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로 향했다. 여행책에서도 워낙 칠레의 물가가 비싸다고 하여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직장인이라면 뭐 그냥 쏘쏘 하네 정도의 느낌으로 감당할 수 있었을 그런 가격이었던 것 같다. 돈이 없었던 정확히는 아끼는데 혈안이 되었던 나로서는 그게 쉽지는 않았지만.
이때 당시 나는 유럽에 가보진 않았다. 다만 수많은 미디어를 통해서 유럽을 접할 수 있었고, 그런 유럽의 느낌이 무엇일지 대략 감은 잡고 있었다. 이 남미 이야기의 후반부엔 아르헨티나도 나오겠지만 도시의 깔끔함은 칠레가 한수 위였다.
도시는 꽤나 안정되어 보였다. 이날 내가 기억하기론 아침 일찍 숙소를 나와서 동네를 돌아봤던 것 같다. 언젠가 말한 적도 있겠지만 도시라는 게 그 특색을 잡아내기가 상당히 쉽지가 않다. 역사를 안다면 조금 알 수 있는 정도? 그래서 그런지 자기들이 나름대로 컨셉을 정해서 만들어준 길들이 반가울 때도 있다. 위의 길도 금융가의 길인가 아니면 어디 런던 또는 독일 이름을 붙여서 그런 길로 정해져 있던 곳이었을 것이다.
문명의 상징 공원
어느 조경가가 조경에 대해 쓴 책이 있다. <건축의 바깥>이라는 아주 구수한 말투의 제목은 저자의 나이대를 어느 정도 짐작하게도 한다. 초반부에 정원의 역사가 나오는데 흥미롭다. 예전에는 통제할 수 없는 자연 안에 사람이 살고 있었지만, 날이 갈수록 머리가 커지고 피가 마른 인류는 자연을 통제된 자연으로 만드는 시대까지 왔다고 한다. 보통 이런 것을 처음으로 했다고 여기는 게 영국의 픽쳐레스크 정원들이 나오긴 한다.
어쩃든. 무작정 걷고 싶었던 이날의 콘텐츠는 공원 가기였다. 내가 갔던 공원은 산타루시아 공원이었고 걔네 말론 Cerro Santa Lucia였다. Cerro라는 말이 언덕일 거니까, 산타루시아 언덕이 좀 더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아주 낮은 각도로 도시를 조망할 수 있는, 굳이 말하면 한 5블록 정도 교차로 정도 볼 수 있던 곳으로 기억한다.
사실 안전하다고는 했지만 여러 심리적인 것들로 인해서 사진을 대놓고 많이 찍지는 못했다. 때로는 카메라로 때로는 핸드폰으로 찍었지만 그때 핸드폰이 말이야 얼마나 후졌던지. 공원은 어느 길로 올라가느냐 따라서 뷰가 조금 다르지만, 대부분 이 공원의 명소 스폿으로는 이 분수대를 꼽곤 하는 것 같다. 포세이돈 상의 역동적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렇게만 보면 마치 홍제천 인공폭포 같은 느낌이다. 언덕의 위까지 걸어 올라가던 길 중간에 봤던 폭포였다. 사진 위에 잘 보면 사람이 성위에 서있는 게 보인다. 아마 저 망루 위에서 도시를 내려다봤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공원을 보면서 "사람들이 러닝을 참 많이 하고 아침부터 부지런하구나. 그리고 공원 하나가 있으니까 뭔가 숨통이 트이는 거 같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건 아마 토요일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공원은 포장길 대부분에 통제된 흙길이 섞여있었고, 운동이라곤 거리가 멀었던 그때의 나로선 쉽지 많은 안았던 거 같다. 내리쬐는 태양이 그 이유였지 않을까 미래의 내가 과거의 나에 대해 생각해본다.
이날 눈을 사로잡았던 풍경은 중세 검술 동호회의 모습이었다. 요즘 유투부에 이 검술 수련하시는 분 자주 나왔던 거 같은데 벌서 8년 전 칠레에도 그런 분들이 있었다. 그때 살짝의 컬처 쇼크를 받긴 했던 거 같다. 이렇게 깔끔한 공원의 중간에서 저렇게 자유롭게 꽤나 이색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니. 내가 보수적이었던지 아니면 그때 당시 분위기가 좀 보수적이었던지, 저런 활동을 하면 많은 이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몇몇 아재들이 다가와서 "이게 뭐예요?"라는 질문을 할거 같은 활동이었다.
아마 기억엔 내가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을 때쯤에는 준비운동을 하고 있었고, 내려올 때쯤에는 검을 붕붕 휘두르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전망은...
다시 돌아보니 내가 이 공원을 두 번 올라갔던 것 같다. 아마 어느 일정을 공치거나 딱히 할 일이 없어서 다시 왔던 것 같다. 기억 속에 석양빛을 뒤로하고 교차로를 비추던 그런 모습이 있는데 위의 사진은 낮이니까 그건 아니었나 싶다. 뭔가 때낀거 같이 찍힌 옛날의 사진을 올려야겠다.
사진이 구져서 그냥 칠레는 이렇게 생겼나 보다 하는 참고로 봤으면 좋겠다.
아 그리고 위에서 던진 떡밥을 회수하지 않았구나. 나는 수염과 어울리지 않는 편이다. 야생과 같은 나라를 왔다는 핑계로 볼리비아와 칠레에선 한참 동안, 거의 한 달 동안 수염을 깍지 않았었다. 하지만 발달된 문명을 마주한 순간 부모님의 은혜를 깎아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밀어버렸다. 꽤나 퀄리티가 좋았던 숙소의 멀끔한 양놈들을 보니 그런 생각이 더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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