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분은 컨설턴트로서 필요한 부분과 파사드 컨설턴트로서 갖춰야할 역량으로 나눠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몇몇 내용들은 어느 곳에서 어느일을 한다고 해도 적용 되는 사항이고 어느것은 이 업계에만 적용되는 내용이 될 것 입니다.
제가 일하면서 중요하다고 생각이 든 사항들을 적어보겠습니다.
- 누구에게나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능력
- 3D 모델링 능력(지오메트리 해석 능력, 필수)
- 업무 자동화 능력(못해도 됨. 하지만 퇴근도 못함)
- 스케쥴 조율 능력
-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을 기술적으로 번역할 수 있는 능력
누구에게나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능력
저는 굉장히 기술자의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기술 위주로 설명하곤 합니다. 저는 라이노 + 그래스호퍼를 쓰면서 어떤것은 왜 되고 어떤것은 왜 안되고, 어떤것은 왜 이렇게 걸리는지 사람들에게 설명해야 할 일이 많았습니다. 사실 그건 회사 밖에서 마주치는 사람들 뿐만이 아니라, 회사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설명할때도 마찬가지 입니다.
가령 회사 내에서 누군가 저에게 무슨일을 하고 있느냐고 묻는 다면 예를 들어 한 프로젝트에선 다음과 같이 답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이 버려지는 재료의 양을 최소화 하기 위해 가로 600 세로 600에 맞는 삼각형 모양으로 쪼개 달라고 해서 작업하고 있어” 이 정도면 제가 작업할 때 나름 준수하게 대답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걸 기술적으로 이야기하면 “클라이언트~ 최소화 하기 위해 마스터 서페이스를 1200,600,900 의 인터벌로 플레인으로 인터섹트 한 뒤, 이로부터 나온 선분들을 600이하가 되도록 등분해서 연결하여 최종적으로 가로 600세로 600에 가까운 패널들을 만들고 있어.”
사실 결과적으로 두 문장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같습니다. 하지만 여러 실무자들과 이야기 해본 결과 후자 처럼 얘기하면 대부분 못알아 듣습니다. 그래서 전자처럼 이야기하고, 이야기를 개진해가면서 이해 수준에 맞게 대화를 이끌어 나가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3D 모델링 능력(지오메트리 해석 능력, 필수)
사실 이게 아니면 어느 회사도 Facade 컨설턴트를 고용할 이유가 없습니다.
요즘 사무소와 현장 사정은 어떤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프로젝트를 했던 3년전의 상황을 기준으로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당시 S건설사와 함께 일을 했습니다. 저는 당시 Rhino + Grasshopper로 작업을 했지요. 더군다나 비정형인 프로젝트 특성상 3d를 반드시 해야했습니다. 하지만, 건설사에서는 AutoCad만 사용할 줄 알았고, 이 제가 만든 Rhino 파일을 AutoCad에 맞게 항상 바꿔 보내야 했습니다. 그것도 3d 그대로 보내면 알아보지 못했기 때문에, 2d로 항상 변환해줘야 했죠.
파사드 컨설팅은 많은 부분 필연적으로 입체적으로 형상을 다뤄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2d 프로그램으로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파사드 컨설팅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사실 위의 그림 한장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파사드 컨설팅의 목표는 "최대한 디자인의도는 유지한채 저렴한 비용으로 건물을 만들어내는 것" 입니다. 저렴한 하면 왠지 싸구려가 떠오를지 모르지만, 정해진 예산안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해 내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게 DDP가 성공 사례로 손꼽히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위에 세가지 모르는 그림이 나와있습니다. 왼쪽은 흔히 말안장모양 (Saddle like) 이라 하고, 중간은 딱히, 오른쪽은 Zero Gaussian Curvature 또는 Developable Surface 라고 합니다. 그럼 이게 왜 중요한가하면, 바로 제작비의 차이에 있씁니다. 왼쪽의 두 Surface들은 한국말론 복곡면(Doubly curved surface)라고 합니다. 이들은 아름다울 확률이 높지만 비쌀 확률도 더 높습니다. 이건 제 뇌피셜과, 실제 실무와 복합해서 설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가우시안 Positive는 위의 그림과 같습니다. 만약 우리가 사각형 비닐을 들고, 네 모서리는 고정한채 가운데 부분만 밀거나 당긴다면 어떤일이 일어날지 상상해 보면 됩니다. 첫단계는 변형이 일어나지 않는 수준까지 비닐이 팽팽해 질 것입니다. 두번째 단계는 변형이 일어날 것입니다. 그건 경우에 따라 비닐의 중간 부분일수도, 아니면 고정된 부분일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 단계는 힘을 견디지 못한 부분에서 찢어지는 등의 현상이 있을 것입니다. 가우시안 Positive는 이 중 두번째 단계에 해당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이것이 비싼 이유는 제작 공정이 복잡하기 때문이죠.
비유를 비닐로 들었지만, 실제 철판을 위와같이 만들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더 간단하겐 공정이 복잡하고, 공정이 복잡하면 원하는 품질의 물건을 얻어내기가 더더욱 어려운 것이죠.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Zero Curvature.
가장 만들기 편한 방법은 모든것을 평판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것을 평판으로 만든 디자인은 세상에 존재하기 어렵죠. 그래서 경제적이면서 곡선의 아름다움을 가질 수 있는 방법중 하나가 "굴려서"만들기 입니다. 굴려서 만들면 당연히 값은 엄청나게 싸질 수 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너무나 방법이 간단하기 때문이죠.
그럼 굴리거나, 평판만이 경제적인 방법이냐, 그것도 아닙니다. 한가지가 더 남아있습니다. 바로 "종이접기"입니다.
종이가 접히지 않는 한도에서 구부린다면, 여러분이 손을 놓는 순간 종이는 원래 모양으로 돌아옵니다. 즉, 아무런 변형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종이를 철판이라고 생각한다면, 철판 하나로 여러분이 원하는 형상을 비교적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Gaussian Positive와는 다르게, 한장의 철판을 원하는 모양으로 구부리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파사드 컨설팅 그중에 엔지니어링을 한다면, 이정도 원리를 이해하고 구현하는 능력을 갖춰 나가야 합니다.
업무 자동화 능력(못해도 됨. 하지만 퇴근도 못함)
모든 산업군에서 업무를 자동화 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입니다. 애석하게도 어느 산업군에서나 일찍 일을 끝마치면 인센티브는 없고 일을 더 시킨다고는 합니다. 따라서 빨리 일을 끝내고 적당한 시기에 보고하는 요령도 필요합니다. 여기서 업무 자동화 능력은 3D 모델링 자동화 라고 보시면 됩니다.
창문 디자인을 예로 자동화를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설명해 보겠습니다. 대부분의 디자인 또는 프로젝트는 다음과 같은 프로세스로 시작, 방법론 탐색, 방법론 내 대안 탐색, 최종 결정의 과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방법론 내 대안 탐색시 가장 많은 피드백이 일어나고 수정이 일어납니다. 이때 얼마나 효율적으로 해낼 수 있느냐가 프로젝트의 전반적인 시간을 줄일때 그리고 여러분의 퇴근을 위해서 큰 역할을 하게됩니다.
스케쥴 조율 능력
아주 중요합니다. 건축 프로젝트는 끊임없는 변경의 연속입니다. 여기서 가장 알아둬야 할 원리는 건설사에겐 정해진 기한이 있고 그것을 넘어가면 위약금을 문다는 사실입니다.
원칙적으로 어떠한 사항이 누군가에게 유래되어 변경된다면, 그 마감기한도 조정되고 책임도 그쪽에서 물어야 하는것이 맞습니다. 하지만...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렇게 합리적이지 못합니다. 결국 어떤 문제가 생기면 그 해결은 만든사람이 아니라 '할줄 아는 놈'이 해야합니다. 물론 의무는 아니지만, 버티면 해결이 안되기도 합니다. 이런 의사결정의 연속인데 현명하게 대답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대답속에 시간을 벌 줄 알아야 합니다.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을 기술적으로 번역할 수 있는 능력
클라이언트들도 나름 각 분야의 전문가로서 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합니다. 다만 도구들을 쓸 줄 모르기 때문에 그것을 기술적으로 정확히 어떻게 풀어내야 할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아무것도 모르면서 입으로만 알아서 해주세요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은 그게 누구냐에 따라서 다양합니다. 디자인 단계에 들어갔다면, 디자인 의도에 맞게 무언갈 조정해 달라고 하는 것일수도 있고, 제작 단계에 이르렀다면 셀수 없이 많은 일들이 있습니다. 예를들면 제작을 하기위해 3000천장에 이르는 패널의 전개도를 자신들이 원하는 정보와 함께 전달해 달라고 할 수도 있고, 최초에 디자인된 형상을 적합하게 변형시켜달라는 것일수도 있습니다.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을 최종적인 형태로 만드는 것은 자신들의 역할입니다.
끝맺으며
쓰다보니 어떤 프로그램을 쓰는지는 명시하지 않았습니다. 원래는 쓰려했지만 쓰지 않게 된걸 보면, 프로그램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지 그 과정을 설명하는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랬던거 같습니다. 다음글에선 프로그램들을 뜯어보며, 어떤것이 좋을지 얘기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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